사람 몸 속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잘못된 염기서열을 직접 고치는 차세대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처음으로 환자에게 투여됐다. 유전자 편집 도구를 혈관에 주입해 간세포 안에서 DNA를 수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프라임메디신은 지난 5일 희소 유전질환인 윌슨병 환자에게 차세대 유전자 편집 치료제 'PM577a'를 처음 투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치료에는 '프라임 편집(Prime editing)'이라는 기술이 적용됐으며, 프라임 편집 도구를 사람 몸속에 직접 전달한 첫 임상시험이다. 현재 글로벌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며, 초기 결과는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윌슨병은 체내에 쌓인 구리를 정상적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유전질환으로, 약 3만명 중 1명꼴로 추정된다. 원인은 간세포에서 불필요한 구리를 담즙으로 배출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ATP7B'의 돌연변이다. 환자마다 유전자에 발생한 변이의 위치와 종류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환자들은 구리와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돕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아연 제제로 장에서 구리가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대부분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고 심각한 간부전이 발생하면 간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연구진은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하면 질병의 원인을 직접 바로잡고, 장기가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봤다.
◇ DNA 자르는 대신 잘못된 염기 고쳐 쓰는 기술
프라임 편집은 2019년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공동 설립한 브로드연구소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은 특정 DNA 부위를 찾아 두 가닥을 절단한 다음 세포의 자체 복구 기능을 이용해 유전자를 변형한다. 유전자 일부를 망가뜨려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DNA를 절단하고 복구하는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염기서열이 삽입되거나 삭제될 수 있다.
프라임 편집은 DNA 이중 가닥 중 한 가닥을 자르고, 유전정보를 새로 작성하는 효소와 수정할 위치, 내용을 알려주는 가이드 리보핵산(RNA)을 사용한다. 가이드 RNA가 목표 지점을 찾아가면 효소가 RNA에 담긴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DNA 서열을 만든다. 마치 책에서 잘못된 문장을 통째로 잘라내는 대신 오탈자를 찾아 원하는 글자로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
프라임 편집은 DNA를 구성하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사이토신(C) 네 종류의 염기를 다양하게 치환할 수 있고, 짧은 염기서열을 삽입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 주사로 간세포에 전달… 한 번의 치료로 효과 낼까
이번 치료제는 유전자 편집 도구를 '지질나노입자(LNP)'라는 작은 지방 입자에 담아 정맥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지질나노입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메신저RNA(mRNA) 백신에도 사용된 전달 기술이다.
프라임메디신은 치료제 입자가 간세포에 도달해 유전자 교정 도구를 전달하도록 설계했다. 회사는 한 차례 투여로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모든 윌슨병 환자에게 같은 치료제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투여된 PM577a는 북미와 유럽에서 흔한 'H1069Q' 변이를 겨냥한다. 회사에 따르면 이 변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윌슨병을 일으키는 ATP7B 유전자 변이의 약 30~50%를 차지한다.
프라임메디신은 동아시아에서 흔히 나타나는 R778L 변이를 교정하는 후속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아직 전임상 개발 단계다.
◇ 세포 꺼낼 필요 없어… 정확한 전달과 안전성이 관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대표적인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겸상적혈구병과 베타지중해빈혈 치료에 쓰이는 '카스게비(Casgevy)'다. 환자의 조혈모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편집하고 다시 주입한다. 일명 '체외 유전자 편집'이다.
체외 유전자 편집은 수정한 세포를 환자에게 투여하기 전에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자마다 세포를 채취하고 배양, 편집해야 해서 치료 과정이 복잡하다.
반면 이번 윌슨병 치료제는 편집 도구를 주사로 전달해 몸속 세포에서 바로 유전정보를 수정한다. 환자별로 세포를 채취하고 가공하는 절차가 없어 치료에 걸리는 시간과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치료제가 원하는 장기에 정확히 도달해야 하고, 목표하지 않은 DNA 부위가 바뀌는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한 번 바뀐 DNA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어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뒤늦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프라임메디신은 약물 치료로 증상이 안정된 성인 윌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제의 안전성과 적정 투여량을 확인하고, 체내에 쌓인 구리를 배출하는 기능이 회복되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유전자 교정 치료를 받은 뒤 기존 약물을 끊을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조선비즈_ 2026.10.23.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6/10/23/ADZJYY5XIRFNJBPUZUHQTNYLCI/

